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줄곧 성공적인 흑자 운영을 기록하면서 하늘길의 중심 공항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7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8월 5일 하루 동안만 14만330명이 이용, 하루 이용 여행객 수로는 개항 이래 신기록도 세웠다. 인천국제공항의 성공은 외국인 방문객이 증가한 이유도 있겠지만 나 같은 비수도권 거주자들이 버스로 5시간씩 걸려 가며 인천공항을 이용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인천공항의 이런 물량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인천공항이 우리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고 전달하는 콘텐츠를 너무 구석진 곳에 두었다는 점이다. 탑승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눈에 잘 띄는 공간에 오직 면세점만 즐비하게 펼쳐져 면세점만 최우선 배치했다는 상업적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배치에 이끌려 우리 국민이든 외국인이든 여행객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눈앞의 면세점을 기웃거리며 탑승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이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2층에 한국문화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무척 궁금하다. 나같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자평하는 사람조차도 여러 번의 이용 만에야 겨우 확인하고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내가 '즐길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로 '즐겼음'에서 오는 행복했던 순간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고려 동종, 석가탑, 도산서원도,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수월관음도, 영조 어진, 화성능행도병, 궁중 의복, 종묘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문화박물관이 상업적인 이윤 추구에 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 2층의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안내 표지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를 찾는 많은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와 전통을 간단하게나마 압축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한국문화박물관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기고, 그 위치도 제법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장소로 이동한다면 인천국제공항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여행자를 배려하고 문화가 숨 쉬는 '박물관 공항'으로 세계에 소개되고 또한 그런 명성도 얻기를 바란다.(조선일보)